
등산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정상에 오르는 즐거움만 생각했지, 산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나 조난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은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. 하지만 산을 몇 번 다녀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. 도심과 달리 산에서는 구조대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까지 최소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을요.
발목을 삐끗하거나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로 저체온증이 올 때, 혹은 순간적으로 길을 잃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제가 산행 때마다 꼭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비상 대처 노하우를 공유해 드립니다.
1. 길을 잃었을 때(조난 시)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
초보 시절 저도 하산길에 리본(산악회 표식)을 놓치고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. 그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"계곡 물소리 따라 내려가면 민가가 나오지 않을까?"였습니다. 하지만 이는 조난 사고에서 가장 위험한 판단입니다.
- 제가 계곡 쪽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: 계곡은 아래로 갈수록 수직 암벽이나 폭포, 낙석 지대가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. 길이 막히면 오도 가도 못하는 위험에 처하고, 우거진 수풀 때문에 헬기나 구조대의 시야에서도 완전히 벗어납니다. 통신 전파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.
- 제가 실제로 실천하는 대처법:
- 길을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면 그 즉시 발걸음을 멈춥니다.
- 억지로 내려가지 않고, 지나쳐 온 확실한 갈림길이나 시야가 트인 능선 방향(위쪽)으로 조심스럽게 되돌아갑니다.
- 해가 이미 지기 시작했다면 체력 소모를 멈추고,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위 뒤편이나 나무 아래에서 체온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립니다.
2. 현장에서 바로 쓰는 등산 부상 응급 처치 요령
산행 중 흔히 겪을 수 있는 부상에 대해 제가 배낭 속 물품으로 즉각 대처하는 방법들입니다.
① 발목을 접질렸을 때 (R.I.C.E 원칙 적용)
돌부리를 잘못 밟아 발목을 삐었을 때 저는 즉시 배낭을 내려놓고 네 가지를 실천합니다.
- Rest (휴식):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걷지 않고 편히 앉아 쉽니다.
- Ice (냉각): 얼음이 없기 때문에 차가운 계곡물에 수건이나 버프를 적셔 부어오른 부위를 식혀줍니다.
- Compression (압박): 등산용 압박붕대나 손수건으로 발목을 8자 형태로 단단하게 감아 관절이 꺾이지 않게 지지합니다.
- Elevation (거상): 배낭 위에 다리를 올려 발목을 심장보다 높게 둔 채 부기를 뺍니다.
② 갑작스러운 오한(저체온증)이 찾아올 때
한여름이라도 비를 맞거나 땀에 젖은 채 능선 바람을 맞으면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합니다. 저는 이런 신호가 오면 즉시 행동합니다.
- 축축해진 티셔츠는 바로 벗고, 배낭에 넣어둔 마른 여벌 옷과 방풍 자켓을 껴입습니다.
- 항상 챙겨 다니는 은박 보온 시트를 꺼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쌉니다.
- 보온병에 담아온 미온수를 조금씩 마시며 속부터 온기를 채웁니다. (이때 몸을 녹이겠다고 술을 마시는 건 체온을 더 빠르게 떨어뜨리므로 절대 피합니다.)
3. 신속한 구조 요청(119) 시 필요한 위치 확인법
산속에서 119에 전화해 "어느 바위 근처예요"라고 말하면 구조대가 위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. 저는 위급 상황에 대비해 늘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며 걷습니다.
| 제가 확인하는 위치 정보 | 확인 방법 및 특징 |
| 국가지점번호판 | 등산로 계단 난간, 전신주, 안전 표지목에 붙은 노란 번호판(예: 다사 1234 5678). 10m 단위까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줍니다. |
| 등산로 119 구급함 번호 | 주요 쉼터나 갈림길에 있는 119 구조 표지판 번호를 휴대폰 카메라로 미리 찍어두며 산을 오릅니다. |
| 스마트폰 GPS 좌표 | 평소 사용하는 지도 앱(카카오맵·네이버지도)에서 제 현재 위치 핀을 꾹 눌러 위도와 경도 숫자를 확인한 뒤 119에 문자로 전송합니다. |
4. 초보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낭 속 비상 용품
가벼운 2~3시간 코스의 근교 산행이라도, 저는 아래 4가지 용품만큼은 빼놓지 않고 배낭에 넣어둡니다. 무게는 다 합쳐도 몇백 그램이 채 되지 않지만 위기 순간에는 생명줄이 되어줍니다.
- 초경량 은박 보온 시트: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비바람과 저체온증을 막아주는 최고의 비상 장비입니다.
- 미니 헤드랜턴: 하산이 늦어져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을 때 양손을 자유롭게 쓰며 안전하게 길을 비춰줍니다.
- 조난용 호루라기: 목청 높여 소리 지르면 몇 분 만에 탈진하지만, 호루라기는 적은 호흡으로도 계곡 너머까지 소리를 전달합니다.
- 포도당 캔디 & 에너지바: 급격한 탈진과 저혈당 쇼크를 막기 위해 꺼내 먹기 쉬운 포켓에 넣어둡니다.
산행의 가장 큰 기술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, 어떤 상황에서도 무사히 출발했던 원래 자리로 걸어 돌아오는 것입니다. 여러분도 이번 주 산행을 준비 중이시라면 가방 한쪽에 작은 비상 장비와 함께 이 안전 요령들을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.